유월 중순이 다가오며 , 여름이 막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앵두가 익어간다.
처음에는 그저 짙은 초록 잎사귀 아래 수줍게 숨어 있던 단단한 연둣빛 구슬이더니 모두다 빨간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누구도 알아 차리지 못하던 작은 멍울들은 따스한 햇살을 자양분 삼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더니
이제 빨갛게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다.


잘 익은 앵두 표면에는 아주 가늘고 미세한 솜털
멀리서 보거나 그냥 만졌을 때는 매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햇빛에 비추어 보거나 손으로 섬세하게 만져보면 보송보송한 솜털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물결치는 햇살을 비집고
버찌가 하늘 끝 가지 끝에 매달렸다.
숨죽인 잎새 사이,
고요히 붉어지는 작은 별들.
햇살을 머금은 채
한 점, 두 점…
색을 품으며 익어가는 시간 —
그 속삭임이 하늘빛을 물들인다.
저 높은 곳에서
먼저 여문 꿈처럼
버찌는 바람 따라
빛을 타고 익어간다.

사람도, 새도 다람쥐나 곤충들도 군침을 흘리는 자연의 간식

버찌는 누가 먹을까?
사람은
잘 익은 버찌는 생으로 먹기도 하고, 잼, 파이, 술(체리 와인)로도 만들어요.
단, 야생 버찌의 씨앗은 청산배당체가 있어
다량 섭취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 씨는 꼭 뱉어야 해요.
새는
지저귀며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직박구리, 참새, 까치 같은 새들이 버찌를 아주 좋아해요.
새는 버찌를 먹고 씨앗을 멀리 퍼뜨려 주기도 하지요.
다람쥐, 들쥐는
야생 동물들도 버찌가 익는 철이면 그 아래를 기웃거려요.
버찌는 작고 당분이 많아서 에너지원이 되거든요.

버찌의 맛은?
익기전
초록빛이 돌 때는 떫고 신맛이 강해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시간의 맛이죠.
익는 중간
빨갛고 반투명할 때는 살짝 달면서도 신맛이 입안을 감돌아요. 상큼하고 풋풋한 맛.
완전히 익어 까맣게 될 때
달콤하고 진한 풍미가 나요.
물컹한 과육에 햇살이 녹아든 듯하고,
혀끝에 은은한 산미가 퍼지죠.
단, 품종에 따라 아주 달거나,
쌉싸래한 맛이 나는 것도 있어요.

버찌는 작지만 자연이 빚은 작은 보석
햇살, 바람, 시간… 그 모든 것을 품은 맛